늘 반복적인 생활속에 지쳤다. 누군가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고 고달프기만 하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저녁 9시가 된다. 전에는 6시 칼퇴를 했는데 지금은 절대 그런 복지?를 누릴 수가 없다. 정시 퇴근도 복지의 일종이라고 사장놈이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정말 화가났다. 근로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것이 왜 복지인가? 말이 맞지않다.
지하철을 탔다. 주위를 보면 나와같은 사람들이 허덕이고있다. 축쳐진 어깨, 촛점없는 동공, 헝크러진 머리, 느릿느릿 발걸음... 분명 저들도 나와 같을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불금이라서 그런지 약간의 힘이 났다. 들어가는 김에 치맥이나 할까? 집 주변에 치맥집이 있었다. 사람들이 빠글빠글했다. 혼술하기에는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다. 남들의 시선이 벌써부터 느껴졌다. 빨리 발을옮겨 조용할만한 식당을 찾으려했다. 우선 어플지도를 켜고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5점짜리도 있고 3점짜리도 있고 다양하다. 그런데 무지개색 별표시로 추천으로 뜨는 치맥집이 있었다. 엇?
나는 어플을 가끔 사용하지만 기껏해야 빨간색, 노란색이 전부였다. 하지만 무지개색? 나는 의아했다. 이런표시는 본적이 없는데, 어플이 업데이트된 건가? 참 희안하네... 하면서 그 무지개색 표시가 있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여기는 후기도 없고 별점도 없고 그냥 무지개색으로 되어있네? 일단 한번 가보자!
무지개색으로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어둡고 음침한 곳으로 걸어가는 것을 느꼈다. 아니? 무지개색이면 그래도 누군가 추천해주어서 뜬 것이 아닌가? 왜 이렇게 이상한데 있는거같지... 이거 무서워지는데; 그냥 조금만 가보다가 집에 그냥 들어가자. 큰 도로에서 왼쪽으로 꺾어 작은 오솔길로 들어갔다. 여긴 공원인가? 그러고보니 사람이 없네? 하... 여기로 가는게 맞을까...
오솔길을 따라가니 어느 오두막처럼 생긴 집이 있었다. 나무로 지어졌으며 거의 80년대정도 되어보이는 오래된 집이었다. 참... 이런데도 있었나? 외관도 별로고 사람도 별로 없는거같고 어플은 왜 여길 추천해준거지? 일단 들어가보기로 하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치맥집인건 맞는거같았다. 일반 식당과 다를게 없지만 사람이 거의 없어서 내가 찾던 곳이라 생각했다. 그냥 여기서 대충 먹고 다음에 오지말자! 생각하며 치맥을 시켰다. 사장님이 나오셔서 치맥주문을 받으시고 직접 만들어주신다. 그러면서 여기 치맥은 특별할거에요~! 라고 하셨다. 음... 왜지? 치맥이 특별하다고? 재료를 좋은걸쓰나 아니면 요리의 비법이 있는것인가? 일단 배고프기도하고 별 관심이 없어서 "아 예 맛있게 주세요!" 라고 했다.
순간 더 궁금해져서 아까 들여다 본 어플을 다시 켜보았다. 헐... 깜짝놀랐다. 스마트폰의 지도가 섬으로 바뀌어있는 것이었다. 아니 방금전까지만해도 내가 동네을 돌아다녔는데 왜 섬에있지? 주위는 다 바다네? 이거 어떻게된거지? 어플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플을 종료하고 다시 켰다. 역시 섬이었다. 핸드폰에 문제가 있나? 핸드폰을 재부팅했다. 어플을 다시켰다. 역시나 같은 섬이었다. 섬의 이름은 던전랜드라 표기되어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서 식당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 한국아닌가요? 주인은 "한국이요? 그게뭐죠? 여긴 던전랜드라는 섬이에요!"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아니 ... 이거뭐야!!
순간 멍때렸다... 내가 어디에있는거지? 내가 뭘하고 있는거지? 생각하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더 놀라운 상황... 앞은 바다였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않은 깜깜함이 이어졌고 별하나 없이 구름이 가득낀 재앙이 일어난듯한 광경이었다. 망연자실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옆에있던 손님이 나오면서 여기 처음오세요? 라고 물었다. 제가... 여기 처음왔긴했는데 지형이 바뀌었어요. 혹시 모르시나요? 여기가 이세계인가요? 손님은, 흠... 그러고보니 간혹 미래에서 오신 분들이 오시더라구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저는 여기 살고있는데 그쪽하고 같은 말을하는 사람들을 몇몇 본적이 있어요.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여기 식당 치맥 맛있으니까 식사하고 가세요^^
이세계라... 내가 그러면 어느시대에 있는 것이지? 되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생각하며 식당문을 열었다 닫았다 수십번 반복했다. 그러니 식당 주인분이 "에구... 이세계에서 오신 모양인가봐요, 아 그러고보니 한달쯤 비슷한 분을 보긴 했는데 당황하는 모습이 비슷하군요 ㅎㅎ 이왕 오셨으니 재미있게 놀다가세요! 지금 따끈따끈한 치맥 나왔으니까 맛있게 드시구요!" 나는 바로 대답했다. "저랑 비슷한 사람이 왔었다구요? 지금 그분은 어디에 계시죠? 다시 돌아갔나요?". 주인은 "아 그분 저기 건너에 여관에 투숙하고 계실거에요 빨간머리카락에 망토를 두르신 여성분이신데 내일한번 이야기 나눠보세요^^ 아마 거기 여관에 가시면 숙식 다 해결되실거에요~!" 나는 조금 안심이 놓였다. 정말 상황도 당황스러운데 나와 비슷한처지에 있으신분이 계시다니... 다행이로 생각했다. 우선 배가고프니 따끈따끈한 치맥을 먹어보자!
치킨다리를 들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뜯었다. 씹는 순간부터 그리고 계속 씹을수록 부드러워짐을 느꼈고 고소한 카레향기와 기름향기가 어우러져 내 마음을 감동시키고 있었다. 나는 감탄하며 "정말 맛있네요!" 소리쳤다. 식당주인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많이드세요^^ 리필도 되니까 부족하면 말씀하세요! 라고 했다. 치킨 맛도 명품인데 무한리필이라고? 여기가 천국이다정말... 닭다리를 먹고나서 맥주한잔을 들이켰다. 살아있는 탄산에 향긋한 고향냄새와 더불어 목넘김이 아주 깔끔했다. 이런 맥주는 태어나서 처음이고 감탄에 감탄을 했다. 와... 이런 맥주가 있었다니. 나는 캔맥을 자주먹었었고 밍밍한 맛이었는데 여긴 진하면서 정말 깔끔하다. 나머지 부위들도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 먹을수록 배불러지는게 아니라 행복해졌고 상처받았던 마음이 깨끗이 치료되는 느낌을 받았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 먹고나서 주인께서 디져트도 가져다주셨다. 우리 치맥집은 디져트 매실주스를 드린답니다. 개운하실거에요! 나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한잔 마셨다. 입안에 있던 기름기와 맥주가 싹 씻겨내려가고 향긋한 아로마와 같은 매실향이 입안을 가득 메웠다. 마음이 편안해졌고 나른하게 앉았다.
음... 여기 음식은 정말 맜있어 솔직히 우리동네 치맥집에 절대 갈일이 없을정도로 맛있어 그리고 내가 여기 이세계로 온거같은데 돌아가고싶은생각은 별로 안드는거같아. 여기서 계속 살면... 음 .. 아! 회사도 안가도 되구나! 부모님한테 잔소리도 안들어도되고 너무 좋은데 이거? 마음이 너무 설레었다. 혼자 히히덕히히덕 거렸다. 옆에 주인분이 내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게 쳐다보셨다.
이제 여관으로 갈 생각이다. 아 그런데 여기에서 화폐는 어떻게 되고 돈은 어떻게 벌어야하지? 궁금해서 주인한테 물어보았다. "저.. 혹시 여기 돈은 어떻게 벌고 쓰는거에요? 방법을 알려주실수 있나요?" 주인은 친절히 말했다. "여기 돈은 실버단위에요! 실버는 여러 퀘스트를 통해서 얻을 수 있어요. 지금 큰 자본이 없을테니까 퀘스트부터 한번 하시는게 나으실거에요! 그거는 여관에서 북쪽으로 가다보면 큰 건물이 나오는데 거기가 바로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길드라는 곳입니다^^ 아! 사전에 길드를 가입해야 퀘스트를 받을 수 있고 가입조건은 10실버를 내면 됩니다!" 나는 "아.. 게임하고 상당히 비슷하긴하네, 신기하다. 아 그런데 나한테는 그런 돈이 있나? 찾아봐야겠다." 주머니를 뒤졌다. 돈이 없었다. 아악... 여기서 게임오버인가? 또르르... 내가 가지고 있던 가방이 눈에 보였다. 여기에는 서류들밖에 없는데 열어보나마나겠지... 근데 혹시몰라! 가방을 열었다. 기초 아이템같은게 있었다. 20실버, 체력포션5개, 마나포션 5개, 의문의물약1개. "아하! 역시 우리 이세계 창조자님은 그래도 배려는 하시는구나^^ 20실버면... 길드는 충분히 가입할 수 있고.. 아 맞다. 치맥값도 내야지ㅠ..." 주인은 "치맥은 2실버에요^^ 오늘 처음 오셨으니까 깎아드릴게요 1실버만 주세요" 여기 분들은 다 친절한 듯 보인다. "정말요? 와 감사합니다^^" 이제 19실버가 남았다. 어차피 퀘스트를 하면서 실버를 벌면되고... 그리고... 포션은? 다쳤을때 먹는거고... 음 의문의 물약? 이게 뭐지? 의문이 드는걸? 여기 주인분한테 물어볼까? 아니면 내가 그냥 마셔버릴까? 아 모르겠다. 나중에 알게되겠지 일단 킵해두자!
여관으로 와서 방을 잡으려 카운터로갔다. 여관 카운터분은 어린 여성분이었다. 갈색머리에 키는 160cm되어보였다. 웃음기가 있고 친절해보였다. "여기에 묵으려고하는데 자리가 있나요? 혹시 저렴한 방을 선호 하는데 있을까요?ㅠ" 카운터분은 "안녕하세요^^ 처음오셨나요? 음...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지금 2층에 1개 딱 있습니다. 1달에 보통 10실버하는데 여기는 3실버에요^^ 가장 저렴하죠?" 나는 왜 저렴한지 궁금했지만 10실버도 없고 해서 저렴한 방으로 달라고 했다. 주인은 이어서 말했다. "여기는 저렴한데 단점이 있어요ㅠ 창고로 쓰던 방이고 냄새가 좀 날거랍니다ㅠ 그래도 저렴하고 제가 와서 매일 청소를 하니 안심하셔도 되세요!" 나는 좋다고 말하고 짐을 그 방으로 옮겼다. 여관은 통나무로 만든 듯 보이지만 틈새 하나없이 깔끔하게 만들어진 집이다. 그런데 형광등이나 그런 전기가 없어서 촛불로 시야를 밝힌다. 마치 중세시대 집같은 느낌이다. 아무튼 카운터분에게 건물에 대한 안내를 받고 식당이나 화장실 등등 공용장소에 대한 설명도 받았다. "우리 여관은 총 3층이고 1층은 화장실 및 식당이에요, 그리고 2층과 3층은 객실이구요. 저희는 매일 청소를 해서 깔끔하답니다! 아 그리고 저녁에는 통금을 하니 전체 소등되기전에 입실을 해주세요^^" 나는 모든 설명을 듣고 잠자리에 누웠다. 방안에 있는 물품은 침대, 촛불, 서랍 뿐이었다. 그래도 마음은 편안한 것같다. 오늘은 꿀잠자고 내일 본격적으로 일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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