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처음 만난 건 군대의 선임을 통해서다. 그 선임은 일을 정말 잘했지만, 너무 엄격했고 증오하기까지 갔다. 그를 보면 정말 사람이 싫다는 모든 감정들을 느낄 수 있고,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포커페이스가 연습이 되었었던 것 같다. 정말 그 사람이 싫지만 웃어야 하는, 잘해주어야 하는 그런 상태다.
그 사람은 언제나 커피를 제조했다. 원두를 사서 제조해서 먹었다. 나는 커피에 대한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그런데 그 선임이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니 나는 커피가 정말 싫어졌다. 오히려 증오했다. 그때부터 커피에 대한 선입관이 생겼다. 그 선임이 좋아하는 것들 모두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박보영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도 물론 박보영을 좋아했지만, 그 선임의 생각으로 인해 나도 그 연예인이 싫다. 물론 그 연예인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 뇌리 속에는 그 선임에 대한 안 좋은 감정들로 인하여 생각이 바뀌었다. 그 선임이 제대하고 다시 우리 부대를 찾아왔지만 나는 반기지 않았다. 예전 일들이 많이 떠올랐고, 한 때는 죽여버리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건들면 폭발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그 사람도 그 감정을 알았는지 슬슬 피하는 눈치였다.
나도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여 학교시절을 보냈다. 학교는 여전히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등록금은 얼마나 비싼지, 건물을 왜 이렇게 많이 짓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난한 생활을 보냈다. 어느 날은 한 친구가 오랜만에 보자고 했다. 그 친구, 나에게 중학교 시절부터 지내온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1년 꿇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와 각별한 사이이다.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는 커피를 돈 주고 사 먹는다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고, 왜 커피를 먹는지 모르겠고, 더욱이 예전 선임이 떠올라서 힘들었지만, 커피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일단 보자고 했다. 그 친구가 커피를 사준다고 했다. 나는 무엇을 먹을까 메뉴판을 보았지만 딱히 보이는 것이 없었다. 가격도 비싸고 이것을 왜 먹는가? 해서 가장 싼 에스프레소를 선택했다. 그 친구는 걱정한다는 듯이 에스프레소 괜찮겠느냐?라고 말했다. 엄청 쓸 것이라는 것인데, 나는 상관없다고 했다. 사람 만나려고 왔지 커피를 먹으려고 온 것은 아니니까... 커피가 나와서 일단 보았다. 작은 찻잔에 엄청 소량의 커피가 나왔다. 나는 어리가 없었다. 태운 콩물을 우려낸 게 2500원이라니.. 어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양이 너무 적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마셔보았다. 더 어이가 없었다. 맛도 더럽게 없으면서 쓰기만 했다. 하... 그냥 맛있는 음료수나 먹을걸... 친구는 웃었다. 거봐라 내가 뭐랬느냐... 나는 그래.. 이것도 뭐 경험이니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다음에는 안 먹으면 돼지라고 했다. 근데 뒷맛은 그리 나쁘지 않았고, 먹다 보니 기분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1달이 지나 그 친구가 또 보자고 했다. 커피숍에서 보자고 했는데, 나는 커피가 진짜 싫었지만 뒷맛은 은근히 괜찮았다는 생각에 그냥 또 그 커피숍에서 봤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선택했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탄 것이라고 해서 덜 쓰겠지 라며 마셨다. 그런데 별반 차이가 없었고, 맛도 더럽게 없었다. 그렇지만 돈아까우니 먹자라고 생각하고 먹었었다.
계속 마시다보니 익숙해졌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커피의 맛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좋았던 것을 왜 이제 알았을까? 나는 원두를 사서 타마시는 정도까지 갔다. 커피 학원도 다녀봤고, 창업까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내가 싫어했던 것들은 우연일까? 아니면 그 무엇 이상인가? 고민해보았으나 그것은 의미 없는 생각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한 것을 발견했을 뿐이지... 선입관은 그래서 무서운 것 같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했다는 이유로 내가 좋아할 것이라는 커피를 싫어해왔으니... 모든 것은 경험해봐야 아는 것이고, 무엇인가를 함에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커피는 내게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자주 마시게 되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좋아하지 말고 싫어하는 것도 탐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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